‘현미나 잡곡으로 바꾸면 혈당에도 좋고 살도 빠질 것’이라고 믿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흰쌀밥 대신 현미밥과 잡곡밥을 선택하며 스스로를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밥을 바꿨는데도 식후 졸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속이 더 더부룩해지고 체중은 정체되거나 증가했다. 필자는 혈당 다이어트를 실천하면서도 “현미·잡곡을 먹는데 왜 몸이 편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40대 전후 독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글을 썼다. 단순히 GI 수치나 영양 성분을 나열하는 글이 아니라, 현미·잡곡이 혈당에 ‘항상’ 안전하지 않은 이유를 실제 생활 맥락에서 해석한다. 또한 개인의 혈당 반응, 소화 능력, 식사 방식에 따라 현미·잡곡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지금 당장 식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 기준을 제시한다. 이 글을 읽은 독자는 ‘현미는 무조건 좋다’는 이분법을 벗어나, 내 몸에 맞는 탄수화물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흰쌀을 끊으면 건강해질 거라 믿었던 이유
다이어트를 결심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밥이었다. 흰쌀밥은 살이 찌고, 현미와 잡곡은 혈당에 좋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밥만 현미로 바꿔도 다르다”, “잡곡밥은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흰쌀을 치우고 현미와 각종 잡곡을 섞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선택은 스스로에게 꽤 뿌듯한 결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과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밥을 먹고 나면 여전히 졸렸고, 어떤 날은 오히려 흰쌀밥을 먹을 때보다 속이 더 더부룩했다. 포만감이 오래가는 대신,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고, 오후가 되면 묘한 피로가 몰려왔다. 무엇보다 이상했던 점은, 현미·잡곡을 먹고 있는데도 체중이 잘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데 왜?’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경험은 나로 하여금 현미와 잡곡이 정말 모든 사람에게 혈당에 안전한 선택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바로 그 의문에서 시작됐다.
현미·잡곡이 혈당에 항상 안전하지 않은 이유
현미와 잡곡이 혈당에 좋다고 알려진 가장 큰 이유는 식이섬유 함량이다.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의 흡수를 늦춰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든다. 이 원리 자체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혈당 반응은 음식의 종류보다 개인의 소화 능력과 대사 상태에 더 크게 좌우된다. 나의 경우 현미와 잡곡을 먹을수록 속이 불편해졌다. 곱게 씹어도 더부룩함이 남았고, 소화가 끝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상태에서 혈당은 ‘천천히’ 오르기보다는 ‘길게’ 유지됐다. 즉, 급격한 스파이크는 없었지만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오히려 피로감이 커졌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혈당 안정이 반드시 ‘느린 흡수’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씹는 방식과 식사 속도다. 현미·잡곡은 흰쌀보다 물리적으로 단단하다. 충분히 씹지 않으면 소화 과정에서 부담이 커지고, 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스트레스는 혈당 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바쁜 날일수록 현미밥을 대충 씹어 먹었고, 그런 날일수록 식후 반응이 더 나빴다. 같은 현미밥이라도 먹는 환경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또한 현미·잡곡을 ‘안전하다’고 생각해 양을 늘리는 경우도 흔하다. 나 역시 그랬다. 흰쌀밥보다 혈당에 좋다고 믿었기에 밥 양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졌다. 하지만 총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나면, 현미든 잡곡이든 혈당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나는 현미·잡곡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탄수화물의 ‘종류’보다 ‘반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현미를 먹었을 때 식후 졸음이 심해지는지, 속이 불편한지, 다음 끼니까지 에너지가 유지되는지를 관찰한다. 어떤 날은 소량의 흰쌀밥이 오히려 몸을 더 편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경험은 ‘흰쌀은 나쁘고, 현미는 좋다'라는 단순한 구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줬다. 내가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첫째, 현미·잡곡을 먹을 때는 반드시 단백질과 지방을 먼저 먹는다. 둘째, 밥의 양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식후 컨디션을 기준으로 조정한다. 셋째, 속이 불편한 날에는 과감하게 잡곡 비율을 줄이거나 흰쌀로 바꾼다. 이 선택은 실패가 아니라 조절이다.
현미·잡곡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반응이다
현미와 잡곡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모든 상황에서 혈당에 안전한 해답은 아니다. 나 역시 ‘좋다’는 말만 믿고 내 몸의 신호를 무시했던 시간이 길었다. 그 결과는 답답함과 다이어트 정체였다. 하지만 혈당 다이어트를 통해 기준을 바꾸자, 선택은 훨씬 단순해졌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현미·잡곡을 먹고 있음에도 식후 피로, 소화 불편, 체중 정체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의지 부족이 아니다. 몸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일 수 있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탄수화물의 종류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오히려 혈당을 안정시키는 길이 된다. 혈당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다’는 정답이 아니라, ‘내 몸에 무엇이 맞는가’라는 질문이다. 현미·잡곡이든 흰쌀이든, 기준은 늘 식후의 몸 상태여야 한다. 그 기준을 세우는 순간, 식사는 더 이상 불안의 대상이 아니라 내 몸을 돌보는 도구가 된다. 결국 혈당에 안전한 밥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내 몸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선택, 그것이 가장 안전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