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운동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라는 질문은 다이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반드시 하게 된다. 나 역시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운동을 가장 성실하게 해온 편이었다. 걷기, 홈트, 근력 운동, 스트레칭까지 빠지지 않았고, 운동 기록 앱에는 빈칸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았고, 어떤 시기에는 오히려 더 쉽게 지치고 더 자주 배가 고파졌다. 이 글은 운동이 부족해서 살이 안 빠지는 경우보다, 혈당 패턴이 어긋난 상태에서 운동을 반복할 때 왜 몸이 지방을 줄이지 않는지에 대해 다룬다. 단순히 “운동을 더 해라”라는 조언이나 “의지가 약하다”는 해석 대신, 운동이 혈당 조절 시스템에 어떤 신호로 전달되는지, 그 신호가 잘못 해석될 때 몸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경험 중심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미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자책하고 있는 사람, 중년 이후 예전과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글은 운동을 줄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 비로소 효과를 내기 시작했던 혈당 관점의 전환을 공유하는 데 있다.

운동을 더 하는데도 몸이 달라지지 않았던 시간들
체중이 정체되면 나는 늘 같은 선택을 했다. “운동이 부족한가 보다.” 그래서 운동 시간을 늘리고 강도를 높였다. 하루만 보 걷기를 넘기고도 집에서 추가로 근력 운동을 했고, 숨이 찰수록 ‘이 정도면 분명히 빠지겠지’라는 기대가 생겼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운동을 한 날일수록 몸이 가벼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피곤해졌다. 저녁 시간이 되면 평소보다 강한 허기가 몰려왔고, 식사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때마다 “운동했으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하지만 이런 날이 반복될수록 체중은 요지부동이었고, 몸의 컨디션은 점점 나빠졌다. 특히 운동한 다음 날 아침, 몸이 개운하기는커녕 더 무겁고 붓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넘겼지만, 기록을 해보니 운동을 세게 한 날과 컨디션이 무너지는 날이 거의 겹쳤다. 이때까지 나는 운동을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의 양’으로만 보고 있었다. 운동이 몸에 어떤 신호를 주고, 그 신호를 몸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혈당 다이어트를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은, 운동이 언제나 지방 연소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혈당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벌어지는 일
운동은 분명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활동이다. 문제는 그 에너지를 몸이 어떤 방식으로 보충하려 하느냐다. 혈당이 안정적인 상태라면 운동 후 지방과 혈당이 비교적 균형 있게 사용된다. 하지만 이미 혈당이 불안정한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면이 부족한 날, 공복 시간이 길어진 날,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몸은 이를 ‘여유 있는 에너지 소모’가 아니라 ‘에너지가 더 고갈되는 위기’로 인식한다. 나는 특히 공복 운동에서 이 반응을 뚜렷하게 느꼈다.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운동을 하면 운동 중에는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몇 시간 뒤가 문제였다. 갑작스럽게 손이 떨리는 듯한 허기, 괜히 예민해지는 감정, 단 음식에 대한 집요한 갈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 허기는 단순히 배가 고픈 느낌이 아니라, ‘지금 당이 필요하다’는 몸의 경고에 가까웠다. 결국 식사량은 늘었고, 하루 전체 섭취 칼로리는 운동하지 않은 날보다 많아졌다. 고강도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숨이 찰 정도로 몰아붙이는 운동은 성취감은 크지만,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크게 자극한다. 이 호르몬들은 혈당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이후 들어올 에너지를 대비해 저장하려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인다. 그래서 운동을 했음에도 몸은 지방을 태우기보다 ‘다음 부족을 대비하는 모드’로 전환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운동은 살을 빼는 도구가 아니라, 혈당을 흔드는 자극이 된다.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혈당 흐름을 바꾼 실제 선택들
나는 운동을 끊지 않았다. 대신 운동의 위치와 역할을 다시 정리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공복 운동에 대한 집착이었다. 공복 운동이 지방 연소에 좋다는 말을 믿고 있었지만, 내 몸에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것을 인정했다. 아침 운동 전, 삶은 달걀 하나나 요구르트 몇 숟갈처럼 소량의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했다.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운동 후 찾아오던 극단적인 허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두 번째로 바꾼 것은 운동 강도였다. 매번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운동 대신, 숨이 과하게 차지 않는 걷기와 가벼운 근력 운동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해서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운동 후 식욕이 훨씬 안정됐고, 다음 식사에서 폭식 충동이 사라졌다. 세 번째는 운동 시간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의 강한 운동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렸고, 그 여파가 다음 날 혈당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주요 운동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로 옮기고, 저녁에는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움직임만 남겼다. 이 변화 이후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체중이 아니라 ‘몸의 신호’였다. 운동 후에도 마음이 차분했고, 배고픔이 예측 가능해졌다. 그다음 단계에서야 체중이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질 때 바로 점검해야 할 혈당 신호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도 결과가 없다면, 더 많은 운동을 하기 전에 몇 가지를 먼저 점검해 보자. 운동 후 유독 허기가 폭발적으로 오는지, 운동한 날 저녁 식사량이 평소보다 많아지는지, 다음 날 단 음식이 강하게 당기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신호들은 운동이 지방 연소가 아니라 혈당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표시다. 공복 운동이 습관이라면, 며칠만이라도 식사 후 운동으로 바꿔보자. 운동 강도를 낮추는 것이 두렵다면, 빈도를 유지한 채 강도만 조절해도 충분하다. 혈당 다이어트에서 운동은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를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다. 몸이 안정감을 느끼는 자극이 되어야 한다. 내가 경험으로 얻은 결론은 분명하다. 혈당이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운동이 살을 빼지 못한다. 하지만 혈당이 안정되기 시작하면, 같은 운동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진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혈당 패턴을 이해하는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