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나는 ‘괜찮다’는 말에 지쳐 있었다. 누가 묻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고, 묻는 사람도 내 진심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 역시 내 마음이 어떤 색을 띠고 있는지 모르고 지냈다. 감정은 흐르지 못한 채 어딘가 고여 있었고, 말은 가끔 너무 무거웠다. 그때 그림일기를 만났다. 선 하나, 점 하나에 감정이 묻어나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림일기를 쓴다는 것은 자기감정을 시각화하는 일이고, 자기 자신과의 조용한 대화다. 이 글은 그림일기가 어떻게 심리치유의 도구가 되고, 자존감을 회복시키며, 현대인의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일상 속 실천법이 될 수 있는지를 감정의 서사와 함께 풀어낸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단 한 줄이라도 자기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 진다면, 그건 변화의 시작이다.
그림일기 쓰기 열풍 - 심리치유
나는 종종 이런 상상을 했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방이 있고, 그 방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그 방엔 오래된 상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쌓여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방을 잊은 채 바쁘게 살아간다. 그림일기를 쓰기 전까지는. 처음에는 거창할 필요가 없었다. 단색 크레파스를 쥐고, 오늘의 기분을 곡선 하나로 그려보았다. 어떤 날은 삐뚤어진 선이었고, 또 어떤 날은 아주 작은 점 하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형상들이 나의 감정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앞에 감정이 그려지는 순간, 나는 그 감정을 인식하고,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림일기는 무의식의 언어를 끌어올리는 창구다. 심리학자 융은 “내면의 이미지를 외부로 꺼내는 행위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라고 했다. 말보다 느리고, 글보다 애매하지만, 그림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자체로 치유다. 그리는 순간, 나는 나에게 솔직해진다. 심리적으로 억압된 감정은 언젠가 반드시 몸이나 말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림일기라는 조용한 습관은 감정을 미리 순화시킨다. 단 5분의 색칠, 3분의 선 긋기에도 마음은 반응한다. 꾸준히 쓴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 감정들이 더 이상 나를 삼키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생겼다.
- 정해진 형식은 없다. 일기장, 스케치북, 공책 아무거나 괜찮다. 중요한 건 감정이다.
- 기분을 색으로 표현해 보자. 말로 하지 말고 색으로 말하기.
- 매일 5분만 그려보자. 길지 않아도 좋다. 감정을 스캔하는 시간.
-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마라. 이건 순수하게 당신만의 언어다.
자존감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감각
예전에 나는 거울을 보기 싫어했다.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비친 감정 없는 눈빛이 싫었다. 살아는 있는데, 나라는 존재가 없는 것 같은 느낌.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는 나다”라는 말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림일기를 매일 쓰면서 반복적으로 느낀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은 모두 '존재해도 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사회는 흔히 '긍정적 감정'만을 장려한다. 기쁘고, 감사하고, 활기차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두려움도 있고, 분노도 있고, 무기력도 있다. 그림일기는 그런 감정들에 ‘그래, 너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드문 공간이다. 자존감은 곧 감정을 받아들이는 힘이다. 내가 오늘 무기력했다면, 그것조차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내가 오늘 무언가를 잘 해냈다면, 그것도 충분히 인정해 주는 것. 그림일기를 통해 나는 '나와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
- 칭찬 일기 섹션을 만들자. 매일 하나씩, 나에게 고마운 점을 그림으로 남긴다.
- 감정 평가 대신 감정 묘사에 집중하자. "오늘은 우울했다"보다 "오늘은 먹구름처럼 무거운 회색이었다"라고 적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비교하지 마라. SNS에 공유할 필요도, 남보다 잘 그릴 필요도 없다.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나를 그리는 것’이다.
그림일기는 예술이 아니라 '표현'이다. 표현은 곧 생존이다. 자존감은 '내 감정도 표현할 자격이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스트레스 – 흐르지 않으면 고이는 마음의 무게
현대인은 매일 수많은 감정에 휘둘린다. 업무의 압박, 인간관계의 갈등, 정보의 과잉. 그 모든 것이 쌓이고 쌓여,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날이 온다. 나에게 그런 날은 월요일 아침, 출근 전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었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 그림일기는 그런 날에도 쓸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날에 더 필요한 습관이다. 스트레스란 흐르지 못하는 감정의 잔류물이다. 말을 할 수 없고, 글로 정리할 수도 없을 때, 그림은 그 막힌 감정을 흐르게 만든다. 비유하자면, 그림일기는 정체된 마음의 배수구다. 그리고 마음은 흘러야 산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리듬이 필요하다. 선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일정한 흐름을 타고 움직인다. 동심원의 반복, 나선의 그리기, 혹은 일상의 장면을 단순화해 표현하는 일. 그것은 일종의 '감정 명상'이 된다. 눈을 감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대신, 눈을 뜨고 마음을 손끝으로 꺼내는 것이다.
- 반복 패턴 그리기: 만다라, 도형, 기하학적 반복은 마음의 안정을 도와준다.
- 하루 스트레스를 색상으로 나타내기: 오늘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을 색으로 그려보자.
- 감정 해방 일기: 분노, 우울, 답답함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면 그것들이 더 이상 무섭지 않다.
그림일기의 힘은 단순하다. 멈춰 있던 감정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움직임이 삶을 다시 돌아가게 한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복잡한 존재다. 매일같이 수십 가지 감정을 느끼고,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 감정들이 말로 다 설명되지 않을 때, 그리고 설명하고 싶지 않을 때, 그림일기는 하나의 출구가 되어 준다. 그림일기는 심리치유의 언어이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도구이며, 스트레스를 순화시키는 일상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특별한 재능도, 고가의 도구도 필요 없다. 마음을 꺼낼 준비만 있으면 된다. 감정을 그리는 일은 곧 자신의 마음을 다시 살펴보는 일이고, 그 일은 곧 삶을 다시 살아내는 힘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림일기는 그 여정의 하나의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한 줄 그려보라. 그 선은 단순해도 좋고, 복잡해도 좋다.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음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